향수 이름만 봤을 땐 그 고유의 커스터드 향기를 잘 구현할 수 있을 것인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카스타드 향이 나는 향수라니, 이거 그냥 일반적 바닐라 향수에 씌운 마케팅 콘셉트 아닐까?" 싶었거든요. 근데 직접 뿌려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롯데웰푸드와 니치 향수 브랜드 세이리(SEI LI)가 협업해서 만든 이 향수, 오늘은 제가 직접 겪은 시향 경험을 중심으로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패키지부터 심상치 않다
겉포장부터 카스타드 과자 특유의 초록빛 컬러와 레트로한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와서, 마치 편의점에서 산 과자 상자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안쪽에 담긴 향수 박스도 미니어처 과자처럼 앙증맞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박스 뒷면에 적힌 "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였습니다. 어릴 때 갖고 놀던 먹지 마 지우개가 떠오르면서 피식 웃게 되더라고요. 향수병 자체에도 카스타드 각인이 새겨져 있어서, 겉모습만으로도 이 콜라보에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협업을 니치 향수(Niche Perfume, 대량생산 브랜드가 아닌 소규모 조향사 브랜드가 만드는 향수로 보통 개성이 강하고 한정판으로 나옴) 업계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데, 세이리는 이전에도 과자 브랜드와 협업 이력이 있어서 이번 카스타드 향수에 대한 기대감이 유독 컸습니다.

탑노트 —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운 첫인상
뿌리기 전에는 솔직히 걱정이 좀 있었습니다. 카스타드라는 이름 때문에 버터와 바닐라, 설탕이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진한 디저트 향을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손목에 한 번 분사해보니 예상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습니다.
탑노트(Top Note, 향수를 뿌린 직후 첫 몇 분간 나타나는 향으로 가장 먼저 휘발되는 향의 첫인상 단계)는 달걀과 우유 조합이었는데, 우유 향이 먼저 훅 들어왔습니다. 차갑고 깨끗한 우유라기보다는 실온에 잠시 둔 우유처럼 둥글고 포근한 느낌이었어요. 걱정했던 달걀 특유의 비릿함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고소함에 가까웠습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갓 구운 식빵에 살짝 우유를 적셔 먹을 때 나는 그 부드러운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평소 구어망드(Gourmand, 디저트나 음식을 연상시키는 달콤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향수 계열) 향수를 자주 쓰지 않는 저한테도 첫인상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미들노트 — 진짜 카스타드가 완성되는 구간
뿌리고 20~30분 정도 지나니 향이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구간이 바로 이 향수의 핵심이라고 느꼈어요. 미들노트(Middle Note, 탑노트가 사라진 뒤 나타나는 향수의 중심부 향으로 보통 향수의 전체 인상을 좌우함)는 커스터드 크림과 버터, 베이커리 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폭신한 시트 안에 채워진 크림이 정말로 연상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마치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데운 슈크림빵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올라오는 따뜻하고 고소한 향과 비슷했습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크림이 아니라, 살짝 온기가 도는 크림 향이라는 게 포인트였어요.
버터의 고소함이 바탕에 깔리고 그 위로 크림의 달콤함이 천천히 올라오는데, 끝까지 무겁게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실제로 저희 집에 있던 카스타드 과자 봉지 뒷면 성분표를 참고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왜 이렇게 싱크로율이 높게 느껴졌는지 납득이 됐어요.
베이스노트와 잔향 — 포근한 이불 같은 마무리
2~3시간이 지나 잔향 단계로 접어들면 향이 한층 차분해졌습니다. 베이스노트(Base Note, 향수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장 오래 남는 향으로 보통 향수 전체의 여운을 결정함)는 머스크, 앰버, 바닐라로 구성돼 있는데, 바닐라가 남아있긴 하지만 끈적하게 늘어지지 않았습니다.
머스크(Musk, 동물성 또는 합성으로 만든 향료로 향수 전체를 부드럽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역할을 함)가 향 전체를 정리해주고, 앰버(Amber, 나무 수지나 호박 성분에서 나는 따뜻하고 달콤한 향으로 잔향을 은은하게 유지시켜줌)가 은은한 온기를 더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잔향 부분이 제일 만족스러웠어요. 달콤한 과자 향이라기보다 마치 따뜻한 햇살이 드는 이불 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로 마무리되더라고요.
향의 흐름을 정리하면 고소함(탑) → 달콤함(미들) → 편안함(베이스) 순서로 이어졌습니다.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은은하게 스며드는 스타일에 가까웠어요.
가족과 함께한 블라인드 테스트
제 코만 믿기엔 아쉬워서, 가족들에게 향수를 맡겨보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봤습니다. 어떤 향수인지 미리 말하지 않고 손목에 뿌린 뒤 반응을 지켜봤어요.
아버지는 냄새를 맡자마자 "이건 그냥 카스타드 냄새인데?"라며 바로 알아채셨습니다. 그러면서 "근데 여름에 뿌리고 다니면 모기들이 몰릴 것 같다"는 농담도 덧붙이셨어요. 동생은 "옷에 뿌리고 나가면 카스타드를 아는 사람들은 흘려서 닦은 줄 알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실제 과자와의 유사도가 높다는 반응이 공통적으로 나왔고, 구어망드 향수답게 "먹고 싶다"는 반응까지 나와서 다 같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향 하나로 온 가족이 웃을 수 있었던 게, 이 향수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제 카스타드 과자 냄새랑 얼마나 비슷한가요?
A. 실제 과자를 옆에 두고 번갈아 맡아본 후기들에 따르면, 의식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헷갈릴 정도로 결이 닮아 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저도 시향해보니 단순히 비슷한 계열이 아니라 향의 질감 자체가 상당히 흡사하다고 느꼈습니다.
Q. 구어망드 향수를 처음 접해도 괜찮을까요?
A. 저도 평소 구어망드 계열을 자주 쓰지 않는 편인데, 탑노트가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게 열려서 입문용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향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차가 크니, 가능하면 소량 샘플로 먼저 시향해보시길 권장합니다.
Q. 지속력과 잔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니치 향수 특성상 개인 피부 온도, 습도, 보관 상태에 따라 지속력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3~4시간 정도는 은은하게 유지되는 편이며, 미들노트에서 베이스노트로 넘어가는 흐름이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Q. 어디서 구매할 수 있나요?
A. 롯데웰푸드와 세이리의 공식 협업 한정판으로, 세이리 공식 브랜드 페이지를 통해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정판 특성상 조기 품절 가능성이 있어 재고 확인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향수 이름만 보고 반신반의했던 제가, 시향 후엔 완전히 설득당했습니다. 단순히 콘셉트만 그럴싸한 게 아니라 실제 향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이름이 주는 기대감을 향으로 제대로 충족시켜준 몇 안 되는 콜라보 향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디저트 계열 향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 구어망드 향수에 처음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편하게 추천할 수 있는 향이었습니다. 다만 향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으니, 가능하면 소량으로 먼저 시향해보시고 구매를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시향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참고: 세이리 공식 홈페이지